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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그리고....

검도 그리고 ...

제목
100살의 검도
작성자
오병철
작성일
2011.11.23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753
내용

<'검도서울 3'에 기고한 잡문이다.

장수시대 검도를 생각해봤다.>

 

100살의 검도-장수 운동으로서의 검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생존 연령이 80을 넘으면서 바야흐로 ‘100살의 시대‘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던 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요즈음 노인무임승차와 함께 전철의 우대석에 7, 80대의 노인들이 넘쳐나는 것을 본다.

정부에서는 100살의 시대를 준비하는 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보험계에서도 재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새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미리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4, 50대에 직장은퇴가 시작되는 시대에 인생 후반에 주어지는 20년 내지 50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기대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그럼 우리 검도계에 눈을 돌려 보자.

최근에 95세의 연세에 검도를 시작하여 검도 초단을 받았다는 이상윤 옹의 보도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아는 분으로는 김대경 선생님이 올해 90 고지에 오르셨는데 올 봄 대학 축제에서 시범을 보이기도 하셨다. 당신이 이제는 힘이 좀 부쳐서 쉬어야겠다고 하셨다.

90 고개를 향해 오르시고 계신 조승룡 선생님은 그간 병마를 딛고서도 서울시지도사범으로 우리 옆에 계신다. 김석순 선생님은 아직도 도장을 운영하고 계신다지. 귀한 분들이다.

이런 예들은 참 드문 예이고, 내가 알던 그 쟁쟁하던 사범님들은 거의 다 안계신다.

호익룡, 이종구, 서정학, 이복원, 박종규, 김영배, 김영달, 정태민, 도호문, 서동준, 송성식, 최상조, 김석춘, 박영순, 김응문, 한승호, 강용덕, 윤병일 사범님들, 그리고 그리고.

생각해 보니 우리 검도의 첫 자락을 펼쳐주신 그런 사범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라도 많은 분들이 생존해 계실 만도 한데 하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이순영 선생님은 일찍 마루를 떠나 와병 중이시고 박석도, 홍재호, 김춘경 같은 후배들까지 장수 검도 시대를 제대로 열어가지 못하고들 떠났다. 심지어는 도장까지 물려주었던 유기의 사범같은 젊은 사범들까지. 개인적인 운명 탓일까.

아 부디들 검우들아 몸살려 좀 오래오래 서로서로 두고두고 칼싸움놀이 좀 즐기자꾸나.

 

일본은 좀 다른 것 같았다.

‘70검‘은 말할 것도 없고 ’80검‘도 곳곳에서 후검(後劍)들의 ’사(師)‘와 ’범(範)‘으로서의 큰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

역시 우리보다 평균생존 연령이 높은 데다 장수 시대가 훨씬 빨리 왔기도 했지만 검도의 전통이 길고 평생검도 인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도 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몇 년 전에 동경에서 유학 중이던 김경수 사범이 전일본검도대회 홍보라인에서 얻었다는 간단한 소식지를 보여 주었다. 거기에 실려 있는 ‘노인검도대회(?)’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 최고령부문으로 ‘101세 이상 부 단체전‘이 있었다. 경기하는 사진과 함께.

깜짝 놀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100살까지 살아있는 것만도 문화재(?) 취급하며 화제가 되어 있던 시절인데, 그것도 개인전도 아니고 단체전이라니, 101살이 넘은 현역 검객들이 최소한 다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100살이 넘은 노인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엊그제도 TV에서 105살인가 하는 할머니가 건강하게 농사일을 하는 것을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우리도 멀지 않아 도래할 지도 모르는 100살의 검도 시대를 꿈꾸며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지금 추세라면 현재 6, 70대는 몰라도 4, 50대는 100살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여겨진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2가지 준비는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일테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다시 말해서 새로 주어지는 그 긴 노년을 남의 도움 없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 그리고 부단히 기쁨과 보람을 일궈내는 창의력과 강인한 정신력이다.

검도는 그런 면에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데 탁월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검도는 이미 전신 균형적인 중력 유산소운동을 통해서 규칙적인 단련을 통해 장수에 필수적인 튼튼한 팔다리와 강한 심폐기능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고 동시에 인내와 집중을 통해서 강인한 정신력과 호연지기를 추구하고 있어 만병의 원인인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콤플렉스를 완화하고 본연의 청정한 마음을 되찾아 줌으로써 오히려 장수를 보장하고 증진해 가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여느 운동과 달리 검도는 연령의 제한이 없이 고령에도 즐겁게 수련할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건강 증진은 물론 100세 장수 시대를 앞당기는 데 검도의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고 본다.

 

한편 정신적인 측면은?

여기서 검성(劍聖)으로 알려진 모찌다모리지(持田盛二) 사범의 유훈 한 자락을 읽어 보자.

“검도는 50세까지는 기초를 열심히 수련해서 자기 것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 기초라면 초심자의 경우에는 이미 다 익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아주 틀린 것이다. 그저 머리 속으로 익혀버린 사람들이 많다. 나는 검도의 기초를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데 50년이 걸렸다. 나의 검도는 50이 넘어서부터 참된 수행(修行)에 들어갔다. 마음으로 검도를 하려 했기 때문이다. 60살이 되니까 다리와 허리가 약해졌다. 이 약함을 보충하는 것이 마음이었다. 마음을 써서 약점을 보강하려고 노력했다. 70살이 되니 신체 전체가 약해졌다. 이번에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수행을 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되면 상대의 마음이 이쪽 거울에 비치게 된다. 마음이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노력을 했다. 80살이 되자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때때로 잡념이 들어간다. 그래서 마음 속에 잡념이 들어가지 않도록 수행하고 있다.”

오가와츄타로(小川忠太郞)사범과의 ‘백회게이꼬(百回稽古)‘나 10단을 주어도 받지 않았다는 일본 검도계의 큰 별이었던 모찌다 사범의 변이다. 90살을 넘게 살며 온 인생을 검도에 걸고 그 속에서 참 깨달음을 얻으려 한 구도자적 자세가 참 대단하지 않은가.

젊은 날 조선총독부에서 검도 사범으로 군국주의에 봉사한 것은 일단 논외로 하기로 하고.

 

검도는 외형적으로는 격렬한 칼싸움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이렇게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서 부단히 자기정신을 정련해 가는 수양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서예에서 부단한 정진을 통해서 속취를 털어내고 자기의 내부에 있는 순정한 생명의 운취가 묻어난 감동의 자획을 빚어내듯 말이다.

검도는 몸짓이며 순간의 의식이며 그 몸과 마음의 그림자이며 벼르고 벼르면서 피어나는 향기이다.

 

이런 검도의 품세는 닥아 오는 100살 시대를 예비하는 데 단순한 신체적 기능을 넘어서는 정신적 영역에까지 큰 기여를 했으면 한다.

 

그래서 ‘장수를 하려면 검도를 합시다’ 하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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